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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칼럼

썸 타는 중인데, 이거 제 착각인가요?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이유, 과잉 해석에서 빠져나오는 법

2026년 9월 20일

썸이나 짝사랑 중에 "날 좋아하는 게 분명해"와 "그럴 리가 없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뒤바뀌는 건 여러분이 이상해서가 아니에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의 판단은 원래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쉽고, 그 방향이 "좋아한다"면 성적 과지각, "그럴 리 없다"면 헌신 회의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상대를 분석하면 할수록 답이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흐려진다는 점이지요. 이 글에서는 두 착각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해석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네 가지 방법을 정리해 드릴게요.

서론

새벽 1시. 불 꺼진 방에서 카톡 대화창을 위로, 위로, 또 위로 올려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 그 사람이 보낸 'ㅋㅋ'는 두 개였는데, 어제는 네 개였거든요.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요? 캡처를 떠서 친구 단톡방에 올렸더니, 한 명은 "이건 무조건 그린라이트다", 한 명은 "그냥 예의상 답장이네", 나머지 한 명은 "ㅋㅋ 개수 세는 너가 더 무섭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머리는 지금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그렇게 열심히 생각했는데, 확실해진 건 하나도 없거든요.오늘은 그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들여다볼게요.

썸만 타면 왜 이렇게 머리가 복잡해질까?

썸은 한마디로 '답을 모르는 구간'이에요.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아무 사이도 아닌 것도 아니지요. 그리고 사람은 답을 모르는 상태를 몹시 불편해합니다.진화심리학자 마티 해즐턴과 데이비드 버스는 이런 상황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을 내놓았어요. '오류 관리 이론'이라는 건데요.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정보가 부족할 때, 틀리는 방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거예요. 없는 걸 있다고 착각하는 것, 그리고 있는 걸 없다고 착각하는 것. 그런데 이 두 가지 틀림이 치르는 대가가 서로 다르다면, 사람의 판단은 덜 아픈 쪽으로 틀리도록 기울어지기 쉽다는 겁니다(Haselton & Buss, 2000).

우산을 떠올려 보면 쉬워요. 하늘이 애매하게 흐린 날, 우리는 대개 우산을 챙기지요. 비가 안 오면 가방이 좀 무거울 뿐이지만, 우산 없이 비를 맞으면 쫄딱 젖으니까요. 비 올 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보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셈이에요.썸에서의 착각도 이런 기울어진 저울에서 시작됩니다. 고장 난 게 아니라, 원래 그렇게 기울어져 있는 거예요. "이 정도면 날 좋아하는 거지"는 왜 고백 공격이 될까?첫 번째 착각은 '성적 과지각'이에요. 상대의 친절이나 작은 반응을 실제보다 더 큰 호감으로 읽는 경향이지요.

우리는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합니다. 그게 착각의 시작이 되곤 하지요.
우리는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합니다. 그게 착각의 시작이 되곤 하지요.

해즐턴과 버스의 연구에서는 남성이 여성의 호의를 성적 관심으로 더 크게 해석하는 경향이 관찰되었어요(Haselton & Buss, 2000).논리는 우산과 같습니다. "나를 좋아하는데 몰라서 놓치는 것"이 "착각해서 거절당하는 것"보다 더 아프게 느껴진다면, 저울은 "좋아한다" 쪽으로 기울어요.

  • 카페에서 주문받던 직원이 웃어줬다.
  • 동아리 후배가 먼저 "선배 밥 드셨어요?"라고 물었다.
  • 회식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았다.

이런 신호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머릿속에서는 이미 1일 기념일 장소까지 정해져 있지요. 그리고 어느 날, 상대는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진지한 고백을 받습니다. 네, 인터넷에서 말하는 바로 그 '고백 공격'이에요. 고백 공격의 진짜 손해는 거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상대는 거절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그동안 편하게 주고받던 대화까지 어색해지거든요. 천천히 쌓아갈 수 있었던 관계가 한 번에 닫혀버리는 것이지요.덧붙여서, 한 번 거절 의사를 들은 뒤에도 계속 다가가는 건 호감 표현이 아니에요. 그 지점부터는 상대에게 부담이 됩니다.

이런식의 고백 공격이 이루어지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이런식의 고백 공격이 이루어지는 주요한 원인입니다.

분명히 호감을 보여줘도 왜 안 믿길까?

두 번째 착각은 반대 방향이에요. '헌신 회의'라고 하는데요. 원래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의 진지한 마음, 그러니까 오래 만날 의도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말이었어요(Haselton & Buss, 2000). 진지하지 않은 사람에게 마음을 줬다가 상처받는 대가가 크다면, 저울은 "믿지 말자" 쪽으로 기우는 거지요.이 경향이 썸에서 나타나면 이런 모습이 됩니다.

  • "그 사람 원래 다정한 스타일이잖아. 나한테만 저러는 거 아닐걸?"
  • "주말에 보자고 한 것도 그냥 심심해서겠지."
  • "설마 걔가 나를 좋아해서 그런거겠어?"

상대가 꽤 분명하게 마음을 표현해도, 머릿속의 검사관이 도장을 안 찍어줘요. 그러다 보니 떠보는 질문을 던지고, 일부러 답장을 늦게 해보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흘려서 반응을 봅니다. 한두 번이면 귀여운 밀당이지만, 이게 계속되면 상대는 시험지를 끝없이 받는 기분이 들어요.

결국 지쳐서 한 발 물러나고, 그걸 본 나는 "역시 날 좋아한 게 아니었어"라고 결론을 내리지요. 의심이 스스로 증거를 만들어버리는 셈이에요.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는 시기에는 이 검사관이 유독 깐깐해질 수 있어요.

남자가 보인 헌신에 까다로운 검수 기준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긴 해요.
남자가 보인 헌신에 까다로운 검수 기준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긴 해요.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건 무슨 상태일까?

재미있는 건, 정반대인 이 두 착각이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는 거예요. 상대를 너무 많이, 너무 오래 생각할 때 그렇습니다.

  • "새벽까지 통화했잖아. 이건 좋아하는 거야." (확신 저울에 추 하나)
  • "근데 오늘 먼저 연락은 안 했네. 역시 아닌가." (의심 저울에 추 하나)

같은 사람의 같은 하루인데, 오전에는 확신, 오후에는 의심이에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느라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지요.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어요. 이렇게 흔들리는 게 꼭 상대가 애매하게 굴어서만은 아닐 수 있다는 거예요. 추를 올리는 손이 너무 바빠진 것일 수도 있거든요. 상대의 행동은 그대로인데, 그걸 저울에 올리는 횟수가 늘어난 거지요.

해석의 늪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

그렇다면 이 바쁜 손을 어떻게 쉬게 할 수 있을까요? 심리치료 분야에서 쓰이는 방법 네 가지를 썸 상황에 맞춰 옮겨볼게요.

첫째, 감정과 사실을 따로 떼어놓기.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이렇게 느껴지니까 사실일 거야"라고 판단하는 걸 '감정적 추론'이라고 불러요(Burns, 1999). 불안하다는 느낌이, 실제로 뭔가 잘못됐다는 증거는 아니지요. "굿나잇 인사 없이 대화가 끝났다"는 사실이고, "나한테 질렸나 보다"는 그 위에 얹힌 감정이에요. 둘을 한 줄씩 따로 적어보기만 해도 저울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둘째, 가설을 최소 세 개 세우기.

상대의 속마음을 확신하는 것도 인지행동치료에서 말하는 대표적인 생각의 함정이에요. '독심술'이라고 부르지요(Burns, 1999). 이럴 때는 하나의 설명에 매달리지 말고 다른 설명을 일부러 찾아보는 연습이 도움이 됩니다(Beck, 2020). 굿나잇 없이 끝난 대화라면 "피곤해서 잠들었다", "다음 날 이어서 말하려고 했다", "원래 인사를 잘 안 하는 사람이다"처럼요. 셋 중 뭐가 맞는지는 몰라도 괜찮아요. 가능성이 여러 개라는 걸 아는 게 목적이니까요.

셋째, 모르는 상태를 그냥 두기.

걱정에 관한 연구에서는, 불확실한 상황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할수록 걱정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봐요(Freeston et al., 1994). 원래 불안과 걱정을 설명하는 개념이지만, 썸에 빗대어 보면 꽤 들어맞습니다. 배송 조회 페이지를 아무리 새로고침해도 택배가 빨리 오지는 않잖아요. 썸도 마찬가지예요. 모르는 구간은 들여다본다고 짧아지지 않아요. 원래 모르는 게 정상인 시기라고 받아들이는 게 오히려 덜 괴롭습니다.

넷째, 떠오른 해석에 '생각'이라는 이름표 붙이기.

수용전념치료에는 머릿속 생각과 거리를 두는 '인지적 탈융합'이라는 기법이 있어요(Hayes et al., 2011). 방법은 간단해요. "그 사람은 날 싫어해"라는 문장이 떠오르면, 앞에 한마디만 붙여보는 거예요. "나는 지금 '그 사람이 날 싫어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장 하나 붙였을 뿐인데, 사실처럼 느껴지던 게 '내 머릿속에서 지나가는 생각'으로 한 걸음 물러나지요.

네 가지를 한 번에 연습할 수 있게 번역표를 만들어 봤어요. 마음이 복잡한 메시지가 생기면 이 순서대로 적어보세요.

카톡 해석 번역표

  • 사실 : 어제는 답장에 이모티콘이 있었는데, 오늘은 없었다.
  • 내 해석 : 나한테 관심이 식었다.
  • 다른 가설 1 : 오늘 바빠서 짧게 보냈다.
  • 다른 가설 2 : 이모티콘을 그날그날 기분 따라 쓰는 사람이다.
  • 이름표 : 나는 지금 '관심이 식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 지금 할 수 있는 것 : 모르는 채로 두고, 내 하루를 산다.

이 표는 상대의 마음을 판정하는 도구가 아니에요. 내 머릿속 저울을 잠깐 내려놓게 돕는 연습장이지요. 한 번에 효과가 나지는 않으니, 마음이 요동칠 때마다 반복해 주세요.결론썸에서 확신과 의심을 오가는 건 판단이 원래 덜 아픈 쪽으로 기울도록 생겨먹었기 때문이에요.

"날 좋아한다" 쪽으로 기울면 성적 과지각이 되어 고백 공격으로 이어지기 쉽고, "그럴 리 없다" 쪽으로 기울면 헌신 회의가 되어 끝없는 떠보기로 상대를 지치게 만들 수 있지요. 생각이 많아지면 두 가지가 한꺼번에 찾아오기도 하구요.

연구에서는 성적 과지각이 남성에게, 헌신 회의가 여성에게 더 자주 관찰됐지만, 실제 연애에서는 성별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어요. 오늘 의심한 사람이 내일은 확신에 차 있기도 하니까요.사실과 감정을 나누고, 가설을 여러 개 세우고, 모르는 상태를 견뎌보고, 해석에 이름표를 붙여보세요. 상대의 마음은 여전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마음은 조금 조용해질 거예요.

한 줄 요약

상대를 해석할수록 멀어지고, 해석을 내려놓을수록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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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Beck, J. S. (2020). Cognitive Behavior Therapy: Basics and Beyond (3rd ed.). Guilford Press.

Burns, D. D. (1999). Feeling Good: The New Mood Therapy (Rev. ed.). Harper.

Freeston, M. H., Rhéaume, J., Letarte, H., Dugas, M. J., & Ladouceur, R. (1994). Why do people worry?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17(6), 791-802.

Haselton, M. G., & Buss, D. M. (2000). Error management theory: A new perspective on biases in cross-sex mind read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8(1), 81-91.

Hayes, S. C., Strosahl, K. D., & Wilson, K. G. (2011).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The Process and Practice of Mindful Change (2nd ed.). Guilfor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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